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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차별

— 소개 —
『인간 차별』은 날 선 차별을 녹이는 가치와 태도를 제시하는 책입니다. ‘나는 누구일까?’ 정체성을 묻게 하는 상황에서 20년 간 이민자로서 직접 겪은 경험이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
국적이 어디인지 질문을 받는 이중국적자부터 임금부터 처우까지 열악한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의 여성과 자녀까지. 저자가 보고 듣고 만나고 감응한 사회적 약자의 사연을 풀어놓는 동시에 혐어와 갈등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의무, 지원 대책은 있는지 질문합니다.
— 에디터 밑줄 —
유년을 보낸 공간, 청소년기의 삶의 터전은 한 사람을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공간이 곧 각자의 세계이고 그 속에 마음을 이루는 관계가 얽힌다. 지금 한국에서 이주민 2세, 3세가 자라고 있다. 왜 정체성 질문을 받지 않는 다수가 타인의 소수자성, 이방인의 시간을 염두에 두어야 할까? 함께 살고 있어서다.
이민 가정 아이들은 또래보다 빨리 어른이 된다. 한국어를 모르던 소녀 아나스타샤는 러시아어로 글만 쓰며 보냈다. 사람들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생각이 있기에 이상한 이름을 가진 아이가 나타났을 때 거리감이 생길 수 있음을 이해하며 2년을 보냈다. 그간 한국말이 들리고 학교에서 들리는 대로 적은 내용이 집에 와 사전을 찾으면 퍼즐처럼 맞춰지는 신기한 시간을 맞았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 반장이 되었다. 급우들이 추천했다. 이상한 이름이 빛을 발한 반전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티(T)볼 학교 대표선수였고 연극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는데, ‘아나스타샤’였기에 더욱 눈에 띄었던 것이다.
빈은 한국에 다시 올 때 비자를 바꾸겠다고 결심했다. 비전문취업비자로는 결혼해도 가족과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빈은 올해 숙련기능인력비자(E-7-4)를 받았다. 체류한 지 4년이 넘고, 10년 안에 신청할 수 있는 점수제 비자다. 여러 분야 점수를 매겨 고득점자에게 우선권을 주기에 받기가 어렵다. … 내가 베트남에 보낼 돈이 모자라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1년 동안 송금한 기록이 없어야 한다며 평온하게 일러주었다. 그래도 부모님이 사는 데 괜찮냐고 물었다. 다들 잘산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내 통념을 보았다. 우리 사회에서 ‘일하러 왔다’는 ‘돈 벌러 왔다'와 등식을 이룬다. 상대가 이주노동자일 때는 가난해서 왔다고 서슴없이 지레짐작한다. 낙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