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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효녀가 아니다 - 청년, 간병

소개
부모의 부모가 된다는 것 올해 8월,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20대 청년을 만났다. 그는 막대한 병원비를 감당하기도 벅차고 도움을 줄 사람도 없는 현실에 처해있었다. 임용고시를 보는 것이 목표였지만, 아버지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학업을 제대로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아픈 어머니를 돌보느라 학업과 간병을 병행하는 고3 학생. 현재 대학교에 원서를 접수하는 중요한 시기지만, 조퇴를 하고 곧장 집으로 향하는 일이 잦다. 심지어 병원비를 낼 형편이 되지 않아 유흥업소에서 일할 생각을 했던 청년도 있었다. 이렇게 많은 청년의 삶이 아픈 가족을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정작 이런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통계나 지원조차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이어 아픈 가족을 지키며 사회로부터 단절되는 청년들. 이들의 걱정은 깊어져만 간다.
“나는 엄마 때문에 (병원에서) 연락 올지 모르는 그런 불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으니까 하루하루 버티는 기분이고 제 시간이 완전히 무너진 거 같은 그런 느낌이에요 “
청년, 간병을 말하다 지금도 누군가를 돌보며 살아가는 청년들. 현재 아픈 가족을 두고 있거나 간병을 한 경험이 있는 4명의 청년이 모였다. 자신과 같은 상황에 놓인 또래들을 만난 그들은, 그동안 누구에게도 쉽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간병으로 인해 내가 포기해야만 했던 것들, 현재의 고민, 효자 효녀라 불리는 것에 대한 생각 등 자신들의 목소리를 직접 내기 시작한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가족들을 돌보고 있으며, 어떤 현실의 벽과 마주했을까.
“그냥 효녀라는 말 자체가 솔직히 좀 웃긴 말인 거 같아요. 내가 왜 효녀지. 내가 엄마 간병을 보고 싶어서 보는 게 아니잖아요. 엄마가 갑자기 쓰러진 거니까. 차라리 엄마가 안 아프고 효녀란 소리를 안 듣고 싶은데”
영케어러를 위한 대책? 국내에 이런 청년들을 위한 대책은 없는 것일까. 호주의 경우, 다수의 영케어러 센터들이 존재하며 아픈 가족을 돌보고 있는 사람에게 만 25세까지 학비 지원을 해준다. 미국, 일본 또한 청년 간병 자조 모임이 활성화 되어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모여서 서로 어려움도 나누고 위로를 한다고 한다.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들을 위한 대책은 물론이고 이런 소규모 모임조차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 ‘효도’라는 이름 아래 청년 간병 당사자들만이 짊어지고 갈 문제가 아니다. 복지 전문가들은 이대로 방치할 경우 학업과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어나 빈곤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개인의 재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가 전체적으로 겪고 있는 재난이고요, 앞으로 큰 변화가 없다면 우리 사회는 이런 재난을 더 크게 10년, 20년 후 더 크게 전면적으로 겪게 될 겁니다(박한선, 신경의류학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