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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

— 소개 —
“이주는 워낙 다양한 현상이기에 ‘선’ 혹은 ‘악’이라는 단순한 틀에 가둘 수 없다.”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저자이자 30년 넘게 이주 문제에 관해 광범위한 연구를 해온 세계적 사회학자 헤인 데 하스의 말이다. 그는 사람들이 “이주를 단편적이고 단순하게만 바라”보면서 이분법으로 나누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이주에 찬성하는지 아니면 반대하는지를 묻는 것은 경제에 찬성하는지 아니면 반대하는지를 묻는 것”과 같은데, 자꾸 한쪽으로 결론을 내리려고 하면서 이주와 얽힌 여러 문제들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이주, 국가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헤인 데 하스가 이주와 관련된 22가지 오해와 편견을 나열하고, 여기에 직답을 던지는 형식으로 쓰인 책이다.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오해를 데이터와 사료로 반박하는 책 <팩트풀니스>처럼 이주라는 키워드를 파헤친다.
— 에디터 밑줄 —
통합은 실패했을까? 특정 집단의 문화나 종교가 통합의 걸림돌일까? 한마디로 대답하면 그렇지 않다. 많은 이주자 집단이 정착 후 처음 몇십 년 동안은 통합과 차별, 적응 등에서 문제에 봉착하기가 쉽다. 하지만 길게 보면 이런 문제는 대체로 일시적 문제다. 증거에 따르면, 문화적 배경이 불리하거나 완전히 다른 이입민을 비롯해 대다수 이입민은 교육과 근면을 바탕으로 한 세대나 두 세대 만에 대단히 성공적으로 ‘자립’했다. 이주자의 자녀와 손자들이 언어와 교육, 취업, 소득에서 거둔 성취를 살펴보면, 발전 과정이 대단히 인상적이다.5 그리고 그 성공은 거의 전적으로 이주자들이 불이익과 차별을 극복하려고 스스로 노력한 결과다. 또한 양립할 수 없는 문화적 차이가 이른바 비서구 이입민의 통합을 일반적으로 방해한다는 증거도 없다.
결국 정치적 수사나 언론 보도 내용과 달리, 정책 실행 측면에서 좌익 정당과 우익 정당은 눈에 띄는 차이가 거의 없다. 대체로 정당의 이념적 차이는 정부가 채택하는 정책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념적 차이가 아닌 다른 요인들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경기 변동은 이주 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경제가 성장하고 그에 따라 노동력이 부족해지면 더 많은 이주 노동자를 받아들이라고 정부를 압박하는 기업의 압력이 커지고, 이입에 대한 대중의 반대도 한결 누그러질 것이다. 경기가 침체해 실업이 증가하면 이주 노동자 모집을 중단하고 이입을 제한하라는 노조와 보수층의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다. 결국 더 많은 이입민을 받아들이려는 정치적 의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기 순환이다. 집권당의 이념 색은 대체로 이입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사람들이 이주할 타당한 이유가 있는 한 국경 통제는 분명히 불법 이주자의 입국을 막을 수 없다. 간단한 ‘해결책’으로 풀릴 문제는 아니지만, 과거의 해결책은 세금만 낭비하고 비효과적이었을 뿐 아니라 문제만 더 어렵게 만들었다. 사실 이주자와 난민들이 밀입국업자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합법적인 이주 통로가 없기 때문이다. 이입 규제와 국경 통제는 밀입국 시장의 규모만 키우고, 육상 및 해상 이동의 비용과 위험을 증가시켰다. 인간의 고통과 인명 피해를 키웠을 뿐 이주자들이 넘어오는 것을 막지 못했고 앞으로도 막지 못할 것이다. 밀입국과 ‘전투’를 벌이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밀입국과 ‘싸우는’ 정책이 바로 밀입국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