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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을 만드는 사람

— 소개 —
이주노동자는 한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지만 정작 그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이따금 뉴스에서 인권침해와 노동착취의 피해자로서만 등장할 뿐이죠. 대중문화 콘텐츠에서도 그저 어눌한 말투의 이방인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사회학자 엄기호 님은 성장한다는 것은 자기만의 언어를 가지게 된다는 의미로, 자기만의 언어를 가질 때 비로소 인간은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읽으며, 그 세상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이주노동자들을 무력한 피해자로만 묘사하지 않고, 다채로운 투쟁과 삶의 이야기를 기록합니다. 이주노동자로서 바라본 한국사회, 나의 투쟁 이야기뿐만 아니라, 각자를 구성해온 역사적·문화적·지역적 배경 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한국사회가 이주노동자의 삶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 에디터 밑줄 —
이주노동자도 사업장에서 무작정 나가고 싶지는 않아요. 다른 곳으로 가면 다시 일을 배워야 하고, 쭉 일하면 월급이 계속 나오지만, 하루 이틀 쉬면 월급이 안 나오잖아요. 누가 손해 보면서까지 사업장 이전을 하겠어요. 회사가 도저히 나하고 안 맞으니까 나가는 거죠. 이 회사가 너무 열악하니까 더 좋은 환경에 가려는 건데 그 자유조차 막는 고용허가제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했죠. (언어와 언어를 연결하는 힘 中 (김나현 구술, 이은주 글)
제가 한국에 온 지 25년이 됐어요. 처음에는 잘못 왔다는 생각도 했어요. 미등록 노동자 일때는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는데 그때 제 권리를 함께 주장해준 사람들이 있어요. 한국 국적이 생긴 후에는 제가 누군가를 위해 그런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동운동도 영화도 그렇게 시작한 거예요. 언젠가 노조 간부로서 활동을 그만두더라도 영화로 한국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일은 계속할 것 같아요. (카메라의 빨간 빛이 켜질 때 中 (섹 알 마문 구술, 박희정 글)
처음 활동할 때는 같은 국적을 가졌다는 점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이제 그런 구분이 없어요. 지금은 누구 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의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상담할 때도 한국 사람이라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임금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싸우는 거죠. 사장 중에는 월급을 안 주는 것이 법 위반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 저는 ‘한국 사장님 나빠요’ 그런 말을 즐겨 쓰지 않아요. 문제 해결을 하되 사장 마음이 바뀔 수 있다면 더 효과적이죠. 그래서 사장과 대화할 때도 신경을 써요. (경계 없는 정의를 꿈꾸다 中 (또뚜야 구술, 이은주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