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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투쟁기

— 소개 —
코로나 시기에 우리 마스크가 K-방역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수출길에 올랐다고 언론들이 자화자찬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마스크에는 이주노동자의 땀이 배어 있습니다. 마스크 공장에서 일을 하는 이주노동자가 없다면, 1,500원도 비싸 보이던 마스크에 우리는 3천~4천 원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 밥상에 오르는 먹을거리도 마찬가지 입니다. 전체 농·어업에서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4명이 이주노동자이고, 채소나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에서는 그 비중이 훨씬 큽니다. “이제 외국인 없으면 농사 못 짓는다”라는 말이 당연하리만큼, 이주노동자의 땀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연구자이자 활동가인 저자는 직접 깻잎밭에서 일하며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조건과 생활환경을 보았고, 농장주들로부터 농촌 사회에 이주민이 들어온 후 달라진 풍경과 농사일에 관해 전해 들었으며, 새벽에 찾아간 인력사무소에서는 미등록 이주민(’불법 체류자’)이라는 낯선 세계를 만났습니다. 이 책은 결코 ‘인력’으로 치환될 수 없는 노동자들의 삶을 말합니다.
— 에디터 밑줄 —
이주노동자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밥상도 건강하다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랜 기간 임금 체불을 당했다고 하면 일부 사람들은 왜 그렇게 될 때까지 버텼냐고 되물으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질문은 피해자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잘못을 탓하는 부적절한 반응이다. 문제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재구성해야 한다. 어떻게 고용주는 이주노동자에게 3년 넘게 월급을 주지 않고 붙잡아놓을 수 있었을까? 왜 그동안 이주노동자는 도움을 받을 수 없었을까? 외국인 인력 수급을 관할하는 고용노동부는 임금 체불 문제에 어떤 대책이 있는가?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노동자는 온갖 제도와 법이 구속하는 노예 상태에 놓이지만 ‘불법적’으로 체류하는 노동자는 이런 구속에서 벗어나서 협상력을 갖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초과 체류의 문제는 행정 절차 위반이지 형사상 법죄가 아니기 때문에, 체류 문제가 적발되면 정부가 정한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하면 된다. 교퉁 법규를 위반한 운전자에게 ‘불법 운전자’라고 하지 않듯이, 초과 체류한 이주민에게 ‘불법 체류자’라고 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