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 —
서울에 사는 미등록 이주민의 삶은 어떨까?
서울에 거주하는 미등록 이주민의 삶에 주목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기존 언론보도는 주로 공단이나 농촌지역 미등록 이주민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에 "비가시화의 가시화"라는 연구 주제로 서울 거주 미등록 이주민의 노동과 일상생활을 종합적으로 조명하고자 했다. 이들은 자녀보육, 단속위험 회피, 지인네트워크 등 다양한 이유로 서울에 체류하지만, 공통적으로 공단/농촌지역보다 서울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 에디터 밑줄 —
미등록 이주민들은 다양한 이유로 서울에 머문다. 미등록 이주민들이 한국으로 이주한 경로가 다양한 만큼 이들은 처음부터 서울에서 살았다기보다는 다양한 지역들을 경험한 이후에 최종적으로 서울에서 생활하기로 결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말하는 서울에서 사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측면이 있다면 이는 안전에 대한 고려이다. 미등록 이주민들은 서울이 공단이나 농촌보다는 안전하다고 여기며 서울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강구한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체류하며 노동하는 미등록 이주민의 업종과 분포 역시 대도시의 산업생태계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의 산업구조 자체가 서비스업(사업, 개인, 공공서비스, 도소매및 숙박업, 음식점업) 비중이 높고 상대적으로 제조업의 비중의 낮은 형태
를 보인다.
…예컨대 필리핀 여성 이주민이 많이 살고 있는 용산동 일대는 이 지역이 갖는 개방성, 직장과의 인접성,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 값 등 다양한 요소가 중첩되며 필리핀 미등록 여성 이주민의 집거지로 구성되었다. 네팔 미등록 이주민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동대문 일대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에는 네팔 식당, 잡화점, 송달업체와 지원기관 등이 집적하며 네팔 미등록 이주민의 집거지가 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미등록 이주민의 집거지는 주거 선택의 경로의존을 고착화하고, 장소를 매개로 한 네트워크를 더욱 착근하게 하며 공고하게 만든다. ..한편으론 이 집거지는 미등록 이주민에게 생존을 위한 다양한 정보와 안전을 제공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곳이 확장되고 공고해질수록 단속의 위험은 더욱더 높아진다.
특히 이주민 여성의 출산과 양육은 노동의 공백으로 이어지며 미등록 체류를 연장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